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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수기

 나는 두 남매를 둔 사업가이다. 심각한 당뇨로 사업마저 접어야 했는데 기적처럼 인슐린펌프를 알게 되어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소호준(남 64세)


  32년 전 극심한 피로감과 심한 갈증현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당시 혈당은 300mg/dl나 되었다. 가족력도 전혀 없이 찾아온 당뇨는 당황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당시 장기간 복용중이었던 피부치료제가 당뇨의 원인이 아니었나 짐작할 뿐이다. 내가 사용하던 그 피부치료제는 간이 안좋아질 수 있고 당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정확한 원인이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아침저녁 하루 두 번 당뇨약을 복용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었다. 또, 아침·저녁 두 시간씩 운동하면서 혈당관리를 했지만 관리가 잘 안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것은 악순환이 되었고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혈당관리는 더 잘 되지 않았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장을 30~40 바퀴씩 돌았다. 낮에는 등산, 잠자리 들기 전에는 운동장 20바퀴를 돌았을 정도로 열심히 운동했다.

 이렇게 하면서 스스로 위로했고 당뇨 따위는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관리하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감 하나로 버텨왔고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했지만 혈당은 늘 그대로였고 10년 전부터는 인슐린주사를 맞는 치료로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인슐린주사도 나에게 맞는 치료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혈당이 올라 병원을 찾으면 그저 인슐린 양을 늘려주고 혈당이 조금 내려가면 또다시 인슐린 양을 줄여주는, 지극히 형식적인 치료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다른 치료법을 몰랐던 나는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치료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열심히 운동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당뇨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합병증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 당뇨를 잡고 합병증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 때문에 10년 전에 인슐린펌프를 알면서도 치료를 시작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중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운동을 하면서 종아리가 찌릿찌릿한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말초신경병증이었다. 결국 혈관확장수술 권유까지 받게 되었다. 양쪽 다리에 괴사가 찾아왔고 한쪽 눈은 망막이 터졌다. 신장도 나빠져 온 몸이 만신창이였다. 이렇게 건강이 안좋아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인슐린펌프 치료를 하자고 계속 권유해왔다. 합병증을 겪으면서도 자신감을 꺾으려 하지 않던 나는 “당신이 살아있을 때나 내가 사모님 소리를 듣지 당신 죽으면 난 그냥 아줌마야”라는 아내의 말에 자극 받아 인슐린펌프 치료 전문 병원을 찾아왔다. 그동안 수많은 치료와 노력에 결실을 보지 못했던 터라 인슐린펌프도 믿지 않았다. ‘효과 없으면 바로 떼버릴테다!’ 라고 결심하고 병원을 들어선 나였다. 솔직히 서울까지 찾아와 입원하는 순간까지도 기계를 믿을 수 없어 아내와 작은 다툼 끝에 어렵게 입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자신감은 완전히 꺾이게 되었다. 인슐린펌프 치료를 시작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계단을 오르내릴 때 찌릿찌릿하던 증상이 사라졌다. 지금은 두계단씩 펄쩍펄쩍 뛰어내려올 정도다. 발가락 괴사는 새살이 나올 정도로 회복되었고 나빠지고 있던 신장도 회복되고 있다. 늘 뻑뻑하고 잘 붓던 눈도 촉촉한 기운이 돌 정도로 좋아졌다.

 며칠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내 몸을 정확하게 알게 해주고 세심하게 점검해주어 나에게 맞는 인슐린 양을 결정해 투여해주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참되고 진실된 치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이 당뇨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교육까지 해주는 병원은 여기 뿐인 것 같다. 이 곳에서 많은 것을 느낀 나로서는 수많은 당뇨 환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치료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몸에 꼭 맞는 최고의 당뇨 치료법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이 곳이 너무 고맙다. 운동만 열심히 하면 당뇨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지금까지 어리석게 버텨온 나였지만 이제라도 인슐린펌프로 건강을 회복해 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하다.